나는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이라는 사회문제를 2021년 언론기사에서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생활고로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청년의 비극적인 사건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15년쨰 사회복지사로서 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한 복지관에서 성인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장애인작업장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때 아침마다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회원을 어머니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작업장에 데려다 줬다. 가끔씩 어머니가 아프실때 회원의 남동생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 가정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가정방문을 가서 상담을 했을때 가족돌봄청년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형과 지체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그 청년도 자기자신이 가족돌봄청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그 청년이 어머니와 형과 분리되어 기숙사가 있는 타지역으로 가서 일을 한다면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꺼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돌봄은 그 청년의 일도, 가족의 일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해야할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돌봄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가족돌봄청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직접 가족돌봄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책이다. 가족 돌봄 청년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자신이 가족돌봄청년인지 모르는채 살고 있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켜 줄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가족돌봄청년의 문제가 한 가족과 청년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서 우리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임을 깨달게 해준다.

이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가족돌봄 청년 알기'라는 주제로 가족돌봄청년의 정의, 얼마나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들을 왜 도와야 하는지, 외국에는 가족돌봄청년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등이 짧게 기술되어있다.
2부에서 4부까지는 새벽, 윤서, 규영이라는 가족돌봄청년이 자신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가족돌봄의 일상, 청소년기에  고민,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그리고 아직도 진행되는 가족돌봄과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5부는 또다른 청년4명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기술되어 있다. 마지막 6부는 가족돌봄청년과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용, 학업관리, 마음관리, 동생양육...도움요청, 다양한 지원정보와 돌봄평가척도지  등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유익한 정보가 수록되었다.
  
돌봄 14년차 '새벽'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유전병을 가진 엄마를 돌봤다. 저자는 새벽에 응급실에 가야할 때면 엄마를 걱정하면서도 피곤함과 짜증이 몰려와 병원에 가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미워했다.  '학교 가기 싫어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간병할 사람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가는 것을 친구들을 이해할까?'  "또래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할때 '새벽'은 자신의 진로가 아니라 엄마의 미래를 걱정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돌봄도 그렇다. 한 어른이 한 아이가 어떻게 돌보겠는가? 마을과 사회가 함께해야한다는 새벽 청년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돌봄 14년차 아나운서를 꿈꾸며 달려가는 '윤서'는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후원과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라고 고백했다. 대학생이 되어도 주말 오전부터 평일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수업에 참석하고 하교후에는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일상을 살아야 했다. 보통은 주변에 좋은 이웃이나 선생님을 이야기할텐데 얼마나 자신이 가족을 돌보는 짐이 무겁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서 청년은 아나운서가 되어 어릴적 부터 가족을 돌본 이야기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돌봄 3년차  '규영'은  당뇨합병증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엄마를 돌보고 있다. 가족돌봄을 하면서 나의 시간을 전부 돌봄 대상에게 집중해야하고, 생각의 흐름조차 돌봄으로만 가득차 있기에 여유가 없다. 우리 엄마를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면 하루 3~4시간이라도 1주일에 1~2번이라도 그런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
일상에서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을 찾기 쉽지 않다. 본인들이 가족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돌봄청년 3명이 가족에 보호를 받으며 꿈을 찾아야 할 시기에 가족을 돌봐야 했다. 그들에게 힘이 되는 어른과 이웃이 되어달라고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것 같다.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과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이 해결했다면 이제부터는 이들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사회가 함께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본인이 가족돌봄청년인지 알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청년에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Posted by 김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