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쪽방촌 이야기/주민만나기,지역복지

봄볕아래서 최** 아저씨를 만나서

김솔 2015. 3. 25. 16:19

2달간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 최** 아저씨를 봄볕 아래서 만났다.

2014년 12월 23일 주민송년회때 박** 아저씨와 최** 아저씨가 투톱이 되어 맛있는 소불고기와 잡채를 해주셨었는데 그 뒤부터 2달넘게 술에 취해 지내셨다.

오늘 최** 아저씨의 두눈은 팬더곰처럼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술을 취해 누군가에게 무지하게 맞은것 같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셨어요? 두달동안 잠적해있었다.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으세요? 나를 잡아달라~~

-2달동안 어려움가운데 새롭게 깨달은 것은 무엇이 있나요? 너무 외로웠다. 뼈속 깊이 외로웠다. 방에 혼자 있으면서 누가오면 문도 안 열어줬지만 나는 너무 외로웠다.

-일반수급도 포기하고 조건부 수급으로 돌려서 일하고 싶다. 매일 활동을 해야지 술을 먹지 않을것 같다. 조건부 수급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

 

-솔선생님은 가족이 있으니까 책임감이 있지만 나는 가족이 없어서 책임감이 없다. 술을 먹은 다음에도 회복이 늦을수 밖에 없다. 이제 일이라도 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술을 덜 먹고 싶다.

-예전에 센터에서 자주 갈때는 외로움이 덜했다. 이야기 할사람도 있고, 같이 일도 하고~~

-그래도 센터에서 자원봉사 하면서 주민들에게 엄청 오해도 받고, 그게 힘들었다. 너만 다 챙겨먹고,우리는 안주냐면서~~ 그래서 센터의 녹을 먹는 안전지킴이 같은건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 조건부 자활을 하면서 135만원까지 받았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의 영광을  회복합시다. 같이 1주일에 한번씩 만나요.

-나의 생각: 최** 아저씨가 몸도 맘도 잘 회복되어 올 봄에는 새로워졌으면 좋겠다.